『내 사랑(Maudie)』은 2017년 국내 개봉한 캐나다 아트하우스 영화로, 실존 화가 모디 루이스(Maud Lewis)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그녀의 예술보다 그녀의 인생에 집중합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평생을 불편하게 살아온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무뚝뚝한 남자 ‘에버트’와 만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죠. 에단 호크는 이 삭막하고 다소 폭력적인 남성을 절제된 방식으로 연기하며, 샐리 호킨스는 모디의 굳은 몸 안에 담긴 강한 의지와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해 냅니다.
줄거리: 한 여인의 그림, 그리고 고요한 사랑
캐나다 노바스코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에버트(에단 호크)는 물고기를 잡고 살아가는 거친 남자입니다. 문맹에 가까우며 사람과의 관계도 서툴고, 감정 표현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그는 집안일을 도와줄 가정부를 구한다는 쪽지를 마을 식료품점에 붙이는데, 이를 본 모디(샐리 호킨스)가 그를 찾아오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모디는 어릴 때부터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관절이 휘어져 있었고, 가족들에게조차 보호받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세상에 기대할 것이 없지만, 내면만큼은 따뜻하고 순수한 여인입니다. 에버트의 집은 방 하나짜리 오두막으로, 매우 협소하고 낡았지만,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작은 집의 벽, 문, 냄비에 꽃을 그리고 새를 그립니다. 색채는 밝고 단순하며, 유년의 기억과 자연을 담은 순수한 민화풍입니다. 에버트는 처음에는 그녀의 이런 행동을 못마땅해하지만, 점점 그녀가 그 집을 집답게 만들어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에는 고용주와 가정부였고, 그 후에는 말없이 함께 밥을 먹고 침대를 나누는 사이가 됩니다. 결혼이라는 이름 없이, 둘은 서로를 받아들입니다. 어느 순간 모디의 그림이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하고, 뉴욕 타임스에 소개되며 모디는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술은 출세나 명예가 아닌, 그저 살아 있음의 증거입니다.
등장인물과 연기력: 무심한 남자와 강한 여자
에단 호크가 연기한 ‘에버트’는 말수가 적고 거칠며, 심지어 초반에는 모디에게 다소 폭력적인 면도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모디를 억압하지 않습니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그녀의 손에 뜨거운 물을 가져다주고, 그녀가 그린 그림을 벽에 걸어주며, 작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에버트의 감정 변화는 매우 미세하게 표현됩니다. 에단 호크는 눈빛 하나, 몸짓 하나로 이 남자가 어떻게 마음을 열고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특히 그는 모디를 존중하려 애쓰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죠. 그는 세련되지 않고 똑똑하지도 않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반면 모디는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삶을 지켜냅니다. 샐리 호킨스는 이 복잡한 인물을 놀라운 연기로 구현해 냅니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 구부리는 것부터 발음의 흐트러짐, 그리고 웃음 뒤에 있는 외로움까지 모두 살려냅니다. 그 어떤 장면에서도 그녀는 관객을 불쌍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당당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합니다.
둘의 연기는 ‘침묵 속의 감정’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말없이 창을 닦고, 눈을 마주치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들이 진짜 대화입니다.
평점과 해석: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Maudie』는 캐나다와 영국을 포함한 여러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IMDb 7.6점, Rotten Tomatoes 89%의 신선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통해 조용히 사랑받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힘은 거창한 드라마가 아닌, 삶의 결을 조용히 따라가는 방식에 있습니다.
해석의 중심은 '행복'입니다. 관객은 모디와 에버트를 보며, 조건 없는 사랑이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봅니다. 그녀는 몸이 불편하고, 세상에서 배제된 인물이지만, 누구보다 충만한 삶을 살아냅니다. 그녀의 그림은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 안에서 위안을 찾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그녀가 정말로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화는 사랑에 대한 전형적인 관념을 무너뜨립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고, 손편지도 쓰지 않으며, 기념일을 챙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흐르는 신뢰, 동반자로서의 존중이 영화 전반을 따뜻하게 감쌉니다.
모디는 말합니다. “나는 모든 순간이 좋았어. 심지어 아팠던 날들도.” 이 짧은 대사 하나가 영화 전체를 설명합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삶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함께 견디는 시간'이라는 걸 영화는 담담하게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