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조지 밀러 감독은 또 한 번 광기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했다. 『매드맥스: 퓨리오사(Furiosa: A Mad Max Saga)』는 2015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큰 인상을 남긴 캐릭터 ‘임페라토르 퓨리오사’의 기원을 조명하는 프리퀄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퓨리오사가 어떻게 광기와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성장하며 ‘반란의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그리며, 캐릭터 중심 서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매드맥스 세계관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필수 감상작이며,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황폐한 세상에서 빼앗긴 소녀, 퓨리오사의 유년기
『퓨리오사』는 핵전쟁으로 파괴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며, 자원 고갈과 폭력, 생존이 일상이 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한때 풍요로운 ‘녹색의 땅’에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자란다. 하지만 어느 날, 이 평화는 무참히 깨진다. 바이커 무리의 리더인 '디멘투스 장군(크리스 헴스워스 분)'이 녹색의 땅을 공격하면서 퓨리오사는 납치되고, 그곳을 떠나야만 한다.
퓨리오사는 어린 나이에 사막을 지배하는 다양한 세력에 끌려 다니며, 생존과 복수심 속에서 자라난다. 디멘트스는 잔혹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세력 확장을 위해 어린 퓨리오사를 전리품처럼 다룬다. 이후 퓨리오사는 결국 시타델의 임모탄 조에게 넘어가게 되며, 본격적으로 그의 전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퓨리오사는 점차 강인한 신체 능력과 정신력을 갖춘 전사로 성장하게 된다. 그녀의 왼팔을 잃는 사건도 이 시점에서 벌어진다. 이는 단지 육체의 손실이 아니라, 그녀가 이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영화 초반은 전체적으로 비극적인 색채가 짙지만, 퓨리오사의 시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하며 관객이 그녀의 분노와 고통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한 소녀가 생존자로, 다시 반란의 중심인물로 성장하는 서사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인간 내면의 진화 그 자체를 보여준다.
광기의 대립: 디멘투스 vs 임모탄 조
이번 영화에서 인상적인 인물은 단연 ‘디멘투스 장군’이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맡은 이 캐릭터는 기존의 악역들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무자비하지만 철저히 논리적인 사고를 가진 리더이며, 인간의 공포심을 통제하는 심리전에 능하다. 영화는 디멘투스와 임모탄 조, 두 독재자 간의 대립을 퓨리오사의 성장과 맞물리게 전개하며 흥미로운 권력 구도를 형성한다.
임모탄 조는 『분노의 도로』에서처럼 시타델을 지배하며, 물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는 독재자다. 그는 퓨리오사를 ‘전사’로 키우는 동시에 자신의 체제 유지에 필요한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 반면 디멘투스는 기름 마을과 탄약 농장을 장악하며, 단순한 폭군이 아니라 세력 확장을 목표로 체계적인 전략을 펼친다.
이 둘의 대립은 단순한 악 vs 악의 싸움이 아니라, 독재적 질서와 혼돈적 자유의 충돌이라 할 수 있다. 퓨리오사는 이들 모두에게 고통받았으며, 결국은 어떤 권력도 믿을 수 없다는 깨달음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지배’가 아닌 ‘자유’를 선택하는 영웅으로 변모한다.
특히 후반부, 퓨리오사가 두 인물 사이의 갈등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복수를 해내는 장면은 짜릿함을 선사하며, 기존 매드맥스 시리즈와는 또 다른 서사의 정점을 찍는다. 퓨리오사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과 결단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는 진정한 주체로 자리 잡는다.
비주얼, 연출, 그리고 의미의 3중 충격
『퓨리오사』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그 놀라운 비주얼이다. 조지 밀러 감독은 이번에도 CGI보다는 실제 촬영을 기반으로 한 스턴트와 세트를 적극 활용했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차량, 불을 뿜는 무기, 그리고 괴기스럽지만 묘하게 아름다운 분장과 의상은 매 장면을 회화처럼 느끼게 만든다. 퓨리오사의 의상은 그녀의 내면을 반영하듯, 단단하고 기능적인 형태를 띠며, 그녀의 한쪽 팔에 장착된 의수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그녀의 의지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기능한다.
음향과 음악 또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특히 주요 전투 장면에서 울리는 퍼커션 사운드와 금속성 음악은 관객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몰입을 배가시킨다. 연출 면에서는 액션과 감정선의 균형이 뛰어나다. 대사보다 표정과 행동으로 인물의 심리를 전달하는 밀러 감독의 방식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대사 하나 없는 장면에서도 수많은 의미를 전달한다.
주제를 면밀히 살펴보면, 『퓨리오사』는 ‘생존’을 넘어서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물건처럼 취급받던 퓨리오사가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이 영화는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여성의 권리와 주체성 문제를 강하게 조명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폭력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억압의 상징이며, 그에 맞선 퓨리오사의 행동은 단순한 복수가 아닌 존재의 선언이다.
등장인물 소개
퓨리오사 (애나 테일러 조이): 납치되어 사막에서 성장하며 전사로 변모한 인물. 불굴의 의지와 감정의 깊이를 지닌 인물로, 여성 서사의 새로운 아이콘이다.
디멘터스 장군 (크리스 헴스워스): 카리스마 넘치는 잔혹한 지도자. 자신의 신념 아래 세상을 정복하려는 전략가형 폭군.
임모탄 조 (라샤드 이 라카): 시타델의 지배자. 물을 통해 사람들을 지배하며,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퓨리오사를 전사로 키운다.
퓨리오사의 어머니 & 부족 여성들: 녹색의 땅 출신으로, 퓨리오사에게 자유와 존엄의 가치를 심어준 존재들.
흥행, 평점, 그리고 평론가 반응
2024년 5월 개봉한 『매드맥스: 퓨리오사』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으며, 북미에서는 개봉 첫 주 7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200만 명 이상이 관람했으며, 젊은 여성 관객층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94%, 메타크리틱 평점은 85점, IMDb 점수는 8.3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특히 연출과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극찬이 이어졌다.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액션과 감정의 완벽한 융합”, “퓨리오사라는 캐릭터에 대한 진정한 찬사”라고 평했다.
여성 캐릭터 중심의 블록버스터가 이렇게 큰 상업적·비평적 성공을 거둔 것은 드문 사례이며, 이는 영화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시각효과, 분장, 의상, 음악 등 기술 부문은 물론, 여우주연상 및 작품상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