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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폭삭속았수다의 줄거리및 등장인물, 배경, 관람평

by kaesanr 2025. 4. 15.

 

 

폭싹속았수다

폭싹 속았어요 – 제주 바람처럼 세차고 따뜻했던, 한 여자의 평생 이야기

《폭싹 속았어요》는 삶의 잔잔한 물결을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거창한 영웅도, 화려한 반전도 없습니다. 다만, 제주도라는 섬에서 한 여자가 평생을 살아가는 이야기. 그 안에 고스란히 담긴 사랑과 눈물, 웃음과 절망, 그럼에도 다시 살아내는 힘. 우리가 자주 지나쳐온 평범한 하루들이, 이 드라마에선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납니다.

줄거리 – 애순의 인생, 세 시절로 나뉘어 흐르다

이야기의 시작은 1950년대 제주입니다. 제주 특유의 거센 바람과 검은 돌담길, 억척스럽고 다정한 사람들 속에서 애순은 태어납니다. 어린 시절의 애순(김수안 분)은 그저 또래들과 놀고, 엄마 심부름을 하며 웃고 떠드는 아이였지만, 그 시절 제주는 아이조차 일해야만 하는 곳이었죠. 애순은 바닷일을 도우며 물질을 배우고, 밭에 나가 부모님과 함께 일하며 자라납니다.

그런 애순의 곁엔 늘 관순이라는 말 없고 뚝뚝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친구였지만, 자라면서 둘 사이에는 조용한 설렘이 싹틉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사랑보다 앞서 다가왔죠. 관순은 집안의 빚을 대신해 육지로 떠났고, 애순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학교도 포기한 채 어른이 되어갔습니다.

청춘기(안은진 분)에 접어든 애순은 고단한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합니다. 양복 기술을 배워 작은 양복점을 열고, 주변 사람들의 옷을 수선하며 생계를 이어갑니다. 그런 그녀 앞에, 오랜만에 제주로 돌아온 관순이 다시 나타납니다.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지만, 눈빛 하나로도 서로를 알아볼 만큼 둘은 깊은 인연으로 이어져 있었죠.

결혼 후 애순의 삶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습니다.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면서 그녀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는 법을 배웁니다. 시어머니의 병간호, 아이들 교육, 가게 운영, 모든 것이 그녀 어깨에 쏟아지지만 애순은 끝내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박한 일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더욱 빛났죠.

그러나 삶은 언제나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관순이 사고로 몸을 다쳐 일하지 못하게 되면서 애순은 다시 가장이 됩니다. 아이들은 사춘기를 겪으며 반항하고, 양복점도 점차 손님이 줄어드는 가운데, 애순은 가끔 바다를 보며 자신이 정말 잘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답을 압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라고.

마지막으로 드라마는 노년의 애순(고두심 분)을 비춥니다. 손주가 할머니에게 "할머니 젊을 땐 뭐 했어요?"라고 묻자, 애순은 고요히 웃으며 말합니다. "그냥… 살았지." 그 말 안에는 세상 어떤 이야기보다 깊은 울림이 담겨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던 삶이었지만, 애순은 결코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겐 사랑했고, 일했고, 울었고, 웃었던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등장인물 소개

애순 (김수안, 안은진, 고두심)
한 사람의 인생을 세 명의 배우가 나누어 연기했지만, 흐름은 하나로 이어집니다. 유년기의 순수함, 청춘의 열정, 노년의 단단함까지 모두 애순의 얼굴 속에 담겨 있습니다.

관순 (박해준)
애순의 평생 동반자. 무뚝뚝하고 말 수는 적지만, 늘 뒤에서 묵묵히 애순을 지켜주는 사람. 그의 진심은 말보다 행동으로 전해집니다.

춘자 (이정은)
애순의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 때로는 언니 같고, 때로는 딸처럼 다정한 존재. 유쾌하고 현실적인 모습이 드라마의 따뜻한 숨결을 더합니다.

관람평 – 이 드라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폭싹 속았어요》는 요즘 보기 드문 ‘느린 드라마’입니다. 빠른 전개, 자극적인 반전 없이도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힘이 있어요. 제주어 특유의 따뜻하고 정감 가는 말투,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풍경, 그리고 무엇보다 애순이라는 인물을 통해 전해지는 ‘삶’의 무게가 무척 깊게 와닿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우리 엄마 같다”, “할머니 생각났다”라고 말했죠. 그만큼 애순의 삶은 우리 모두의 가족이 살아온 시간과 맞닿아 있었고, 그래서 더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살아보게’ 합니다.

‘폭싹 속았어요’라는 말처럼, 나도 모르게 애순의 인생에 빠져들고, 그녀가 걸어온 길을 따라 웃고 울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닷가에 앉아 눈을 감는 애순의 얼굴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눈물이 났습니다.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사랑하고, 기억하는 것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조용히 일깨워줍니다.